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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모
    글쓰기 2019. 2. 6. 11:03

    오늘 아침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길에 반드시 지나야 하는 지하 주차장에 자동차가 이상하게 주차되어 있었다던가 하는 외적인 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명절에도 출근을 한 탓에 오늘도 평소처럼 새벽 운동을 하러 갔는데 설명절을 지내고 다들 돌아오는 길인지 아무도 없어 혼자 집중을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운동을 하다 보니 블로그에 써도 되겠다 싶은 글이 생각이 나서 애써 머릿속으로 글의 구조도 만들고 논리도 다시 확인하며 운동을 끝내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나서 씻으며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아침을 먹고 밀린 스카이캐슬을 보고 나니, 이런, 글을 쓰려고 한 것만 생각나고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보통은 글감이 생각나면 우선 메모를 한다. 제목을 짓는 건 아니고 간단하게 한 문장이나 몇 단어로 요약을 해서 저장을 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머릿속이긴 하지만 그래도 글을 거의 완벽하게 만들다시피 한 데다 지금도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당연히 쓰고 싶은 글이라 잊어버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저장도 하지 않았다. 아마 제목만 지으면 그대로 써내려가기 시작하리라 했던 모양이다.

    보통 메모를 하는 목적은 별안간 떠오른 생각들을 붙잡아 두는 데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적은 수첩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다시 보면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내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대단하거나 황당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요즘도 그런 곳에서 영감을 얻어 블로그 글을 쓰거나 심지어 회사에서 기획서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내 것이 아닌 듯한 생각을 붙잡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것도 잊지 않는 것이 메모를 습관화까지 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생각이 아니라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떠올랐다면 반드시 적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글을 쓰거나 하는, 목적이 뚜렷한 내용은 반드시 적어 두어야 혹시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나는 메모를 스마트폰의 구글 킵메모(Keep Memo)를 사용해서 한다. 스마트폰이라고 굳이 적은 이유는 지금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이폰을 사용할 때부터 이 앱을 써왔기 때문이다. 아이폰에는 페이퍼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지만 메모에 그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주제라는 것이 생길 때마다 새로 노트를 만들어서는 나중에 정리도 안되기 때문에 그냥 메모를 위한 앱을 사용하는 것이다. 킵에는 고정 핀 기능이 있어서 아이디어라는 제목의 노트를 만들어서 핀으로 꽂아 항상 맨 위로 올라오게 해 놓고 그 내용으로 생각나는 주제들을 요약해서 적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이 글처럼 메모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면 다음과 같이 메모한다.

    항상 뭔가를 잊지 않으려고 메모를 하지만 방금 생각났고 어딘가 써먹어야겠다 싶으면 잊을 것 같지 않아도 메모해야 한다. 제목:메모. 꼭 들어갈 내용:오늘 아침 경험. 블로그 올리기

    어차피 사용하기 전에 거쳐가는 것이기 때문에 거창하게 양식이나 그런 것을 채울 필요도 없이 그냥 간단하게 포맷도 없고 나만 알아보면 된다. 심지어 나는 항목들을 그냥 마침표로만 구분한다. 그래도 알아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체크박스 기능을 사용하면 블로그 포스팅이 끝난 글은 중간 취소줄긋기(이렇게) 처리를 해서 맨 아래로 드래그해서 내려 놓으면 마치 블로그 메모처럼 굳이 블로그 글 목록을 찾아보지 않아도 나중에 참고하기 편해진다. 물론 삭제를 하든 취소줄을 긋든 그건 자기 마음이다. 

    물론 간단한 메모야 이렇게 하지만 그 자리에서 10분 넘게 기록이 가능한 커피숍이나 버스 안에서는 에버노트에 만들어 둔 블로그 노트를 사용한다. 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한 편을 쓰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니까.

    그래도 아침 식사 즈음에 고민을 시작했으니 점심 때쯤 되면 생각이 나려나 하고 은근히 기대했지만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건 너무 억울하다. 내 것이 아닌 것이니 이렇게 쉽게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내 손에 있던 것이 사라지니 그냥 날린 것 같은 심정이다. 이정도 되면 나중에 생각이 나더라도 다시 생각이 난 게 아니라 오늘 아침처럼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오늘 아침에 했던 아이디어는 다시 생각나지 않은 것으로 남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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