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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과 포스팅
    일상의 끄적임 2015. 6. 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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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의 단점이라고 하면 '내 글이 없는 것' 정도가 되겠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블로그 공간은 저의 생각과 저에게 자극으로 다가온 모든 것들을 주관적으로 소화하여 쏟아내는 곳으로 사용했었는데, 그 중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것들을, 그 정보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모두 제외하고 본문만 번역해서 올리게 되면서 각 글의 원 저자들의 생각을 오롯이 담는 그릇과 같은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큐레이터의 가치는 미술 작품들을 만드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제시할 만 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이기 때문에, 그런 글들을 선별하는 저의 역할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지 역시 제가 직접 쓴 글 만큼이나 저의 주관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흔히 듣는 말 두 가지가 바로 '자기 주관대로 살아야 한다.'와 '함께 사는 세상이다.'입니다. 자기 주관대로 살되, 그 주관에 대해서는 평균적인 잣대를 가지고 평가를 받아야 할 필요는 있는 것입니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천재들의 경우, 평균적인 잣대로 보아 월등한 부분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 평균 이하인 부분을 양보하지 않는 경우인즉, 무조건 평가 결과를 가지고 평균에 맞추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천재라는 것은 물론 아니고, 평가라는 것이 단지 평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평가 결과를 들이대고 거기에 맞추어 무엇을 하고자 하면 하는 것이고, 그냥 살던 대로 살면 그것도 그만입니다. 주관에 대한 평가는 기준도 없으니 그 평가는 누구나 내릴 수 있되, 그 평가 결과로 무엇을 할 것인지까지 참견할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 비난도 해도 좋고 찬양을 해도 좋지만, '이러이러한 면이 단점이니 없애라.'라던지, '당신은 이런 면이 너무 좋아서 그런 점을 고치면 살 가치가 없다.'라던지 하는 지점까지 나아가서는 곤란하겠지요.

    처음 블로그 몇 페이지가 번역 글로 가득 찰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러다 블로그를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가끔 내 생각을 적게 되면 그 포스팅이 오히려 어색해 보이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하지만 뉴스를 있는 대로 올리는 것보다는 훨씬 주관이 개입되어 있는 블로그입니다. 그렇게 번역되어 올라가는 것 자체가 저의 동의를 얻은 것이고 제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간혹 제가 글을 쓰더라도 어색하지는 않는 것이겠지요. 

    글 하나 뚝딱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블로그에서 보여줄 글을 쓰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블로그를 통틀어 저 자신을 꿰뚫는 뭔가가 있어야 정체성이 됩니다. 제 개인정보가 아니라 문체, 말투, 글의 구조 같은 것들의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제 개인정보를 나열한다면 저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 아닌 저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글로서의 저는 글로서의 정체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각 글들이 모여서 최소한의 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마 일기가 재미있는 것도 그 글들이 모여서 하나를 이루기 때문이고, 그 일기를 쓴 사람과 그 일기가 만드는 사람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하루 일기장 한 페이지를 갖다 놓고 재미있게 읽으라고 하면 누가 재미 있게 읽겠습니까?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번역을 하려고 합니다. 출처도 있는 대로 계속 찾아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생각이 떠오르면 아무 거리낌 없이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한 마디로, 하던 대로 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글로써 저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결론이 내려졌다면, 그러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요. 틈틈이 글을 쓰는 것 같은 것도 더 편안해진 느낌입니다. 번역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으니 오히려 시간이 없어 제가 직접 쓰는 포스팅 하나가 며칠 걸려 나오는 것도 어느 정도  덜 조급하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잘 맞는 블로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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