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옛날 비밀번호 리스트를 보려고 에버노트를 다시 열었다. 계정 비밀번호 같은 건 웬만큼 이리저리 쳐 보면 나오지만 각종 공유기에 걸어 놓은 비밀번호는 나도 보아야 아는 경우가 많아서 에버노트에 저장해 두었다. 상당히 오래됐지만 에버노트도 이제는 신생 기업이 아니라 상당히 오래된 기업이 되어서 데이터 저장에 대한 신뢰가 많이 쌓인 것 같다.
그 날을 시작으로 블로그 글을 다시 에버노트를 사용해서 작성하고 있다. 그 동안에는 글을 쓰던 대표적인 도구가 dynalist와 브런치 앱이었다. 하지만 이 둘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모바일에서는 글 복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문단 단위로밖에 선택이 되지 않아서 안그래도 불편한 티스토리 앱에 한 가지 짐이 더 얹어진 느낌이었다. 컴퓨터나 아이패드로 들어가면 복사가 되는데 핸드폰에서만 안 된다.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인 것인지 그 앱이 문제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몇 번 시도해 보고 dynalist는 독서록 작성에는 그래도 편리한 점이 아주 많아서 계속 사용하기로 하고 그냥 깔끔하기만 하고 그닥 쓸모 없는 브런치 앱은 지워버렸다.
에버노트를 다시 사용해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기쁘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그대로 글 쓰는 앱이었다. 기능은 확실히 많다. 하지만 깔끔하게 위아래로 잘 치워 두었다.
카카오가 서비스를 일종의 망처럼 구축하고 외부의 서비스들을 흡수해서 그 망 안에 가두려는 네이버 성향이 자꾸 보이는 것 같아 약간 불안하다. 네이버의 그런 성향 중 하나가 '남이 해서 잘 되는 것 같으면 가지고 오고 안 되면 접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미투데이였다. 카카오도 밖에서 베껴온 것이라기보다 새로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카카오스토리에조차도 밀린듯한 티스토리는 앱도 이상하고 점점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만큼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보다는 제3의 도구를 사용해서 글을 백업해 두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이다. 블로그 백업도 막아버린 현재로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