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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돋이
    일상의 끄적임 2018. 10. 1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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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굳이 신년 행사로 맞이하는 첫 해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관심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시도도 해 보지 않는 것은 아니고, 한 번 해 보니 굳이 해돋이가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해돋이를 보러 길을 나서는 것보다는 그저 어제, 지난 해의 마지막이었던 그 날 아침처럼 꾸준히 운동을 하며 하루를 맞이하고, 어제처럼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휴일을 그냥 조금 더 가볍게 맞이하는 것이 더 큰 준비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해돋이에 대해 그런 특별하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살면서 어느 순간 어?하는 생각이 들면서 남들을 따라가던 생각이 훅, 하고 다른 길로 빠져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새해맞이라는 것이 일년에 한 번, 평생 100번을 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생각을 바꾸는 것 뿐인데도 그런 느낌이 든다. 해돋이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정확하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한 번은 어느 해인가 해돋이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을 때, 그리고 현재의 집으로 이사와서 몇 달 지나서였다.

    해돋이를 보러 나갔을 때에는 별 느낌이 없었다. 동쪽으로 잘 보이는 언덕이 있어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갔는데, 날이 좋아서 카메라에도 선명하게 담았지만 그저 그랬다. 찍었을 때나 찍지 못했을 때나 비슷한 느낌이었다. 딱히 무엇 때문에 신비감이 없었다고 표현하기도 무안한 것이,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라는 느낌이 있었어야 했는데, 기대도 하지 않았고 눈앞에서 해가 뜨고 불타오르듯 이글거리던 하늘도 파랗게 평온을 되찾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저 ‘끝났다, 집에 가야겠다’였다. 그리고는 집에 가서 다시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하러 나갔다.

    현재의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는 책상을 놓은 거실창이 살짝 남동향인 것과 관련이 있다. 낮에 볕이 잘 드는 장점도 있지만 동쪽도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해돋이를 자주 보는 편이다. 자주본다는 것 하나 때문에 신비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신기하게도 거의 매일 보다 보니 더욱 신기하게 느껴지는 그런 것이다. 항상 신기하다보니 새해 첫 날 뜨는 해라고 더 신기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운동을 다녀오면, 해가 뜨려고 검은 색이었던 하늘이 점차 푸른빛을 띠게 된다. 이때 책상에 앉으면 점차 밝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인터넷 검색을 하건, 글을 쓰건 모니터에 신경을 온전히 쏟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은은한 배경으로 자리잡은 햇빛을 아예 무시하기는 힘든 일이다. 매일 보는 광경이다보니 이때까지는 거의 무시를 하지만 그래도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일도 종종 있다. 보고 있으면 하늘의 다른 부분은 밝아져 오는데 해가 뜨려는 그 부분만 붉은 색을 띠고 있다. 그리고 하늘이 그 부분을 중심으로 밝아오기 시작한다. 해가 뜨기 직전까지는 하늘 전체가 밝아져 오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커서 해가 떠오르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해가 모습을 드러내면 은은하게 배경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던 창문이 황금빛의 강렬한 햇살을 뿌려 모니터가 순간적으로 어두워보이게 된다. 이 순간에는 아무리 글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해도 더 읽을 수가 없다. 하늘이 멋져서라기보다는 눈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서일 것이다. 이 황금 빛살은 적어도 30분은 지나고 나서야 내 눈이 아니라 하늘 전체로 뿌리는 은색의 말 그대로 햇빛이 된다. 이 때 교묘하게 창틀에 가려져 있는 햇빛 덕분에 글을 급하게 마무리하거나 읽던 글을 정리를 하고 일어선다. 여름에는 이 때가 운동하고 돌아올 시간이고, 겨울에는 출근 준비를 할 시간이다. 운동할 때는 피트니스 센터가 1층에 있는 관계로 앞 건물 옆면에 반사되는 빛이 점차 햇살이 되고 다시 햇살이 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운동을 끝낼 때가 된 것을 알게 되지만, 솔직히 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할 수는 없다.

    해돋이를 매일 본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 전에 살던 집에서는 아침해는 언제나 운동 다녀오는 길에만 보았다. 살짝 서쪽으로 틀어져 있는 남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 해돋이를 보겠다는 생각도 들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기다. 언제나 계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설득해야 할 것은 상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설득해야 하는, 스스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돋이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나조차 매일 보는 해돋이가 작심삼일을 연장시켜주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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