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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와 시대 변화
    일하는 이야기 2019. 1. 21.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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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하다 보면 쓰린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게 마련이다. 항상 좋은 일만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사실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을 매순간 느끼게 된다. 나쁜일이라고 해도 내가 신경쓰지 않고 넘어간 숫자 하나에서 크게 벌어진 일일 때도 있고, 단지 지시사항으로 내려오는 것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선행되고 나서야 해결의 수순이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가 예고없이 닥치는 결과가 이어지게 된다.

    이럴 때면 직장인들은 담배가 는다. 서울에도 예전에는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 보면 확실히 걷다가 갑자기 몰려든 담배 연기에 콜록대는 일은 없어졌어도 흡연 구역이라고 만들어 놓은 곳마다 사람들이 빼곡한 것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흡연구역이라는 것도 점점 이동을 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단지 매 층마다 계단 쪽으로 쫓아냈다가 사정이 좋으면 흡연실을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되니 중간 중간 흡연실이 있는 층이 있는 정도가 되었고, 그 뒤에는 1층과 옥상 정도만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지금은 1층으로 내려가더라도 통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문 등 출입구를 피해서 흡연구역으로 지정이 된 곳이 따로 있는 건물들이 많다. 그나마도 출입구에서 먼 곳을 향해 걸어가더라도 지하철 역 입구나 버스 정류장이 있으면 안 된다는 규정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흡연 구역이 붐비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처음에는 동아리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당연히 있었다. 점차 동아리방들이 위치한 학생회관 건물 내에서의 흡연을 자체적으로 자제하자고 했다가 나중에 결국 금지되었는데 내가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옆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바로 기침을 하고 그런 성격이기보다는 사람마다 담배 냄새가 다른 것이 알고 보니 실제로 담배 자체가 달랐다는 것을 알고 신기해 했던 그런 정도였다 보니 흡연구역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까지 쫓아냈다거나 하는 식으로 기억이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때 흡연자의 권리와 같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논란이 팽배했던 시절이 있기에 금연이 기본이 되는 과정이 점차적으로 이루어졌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이것은 회사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입사했을 때 사무실은 아주 깨끗했다. 동아리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무실에서의 흡연 장면을 더 많이 보았기에 당연히 책상마다 재떨이가 있고 간부들은 회의를 하면서 담뱃불을 비벼 끄고 일어나는 그런 장면을 상상했었는데 다들 담배를 피우러 1층으로 나갔다 들어오시는 것이었다. 부서 배치 기간 동안 대기하고 있던 곳에서 담배를 피울 사람은 나가서 피워야 한다고 전달하기는 했는데 신입사원 신분이라 그런가 보다 했지, 실제 사무실의 모습이 그러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간혹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다. 우리 사무실이 화장실 근처에 입구가 있었기에 입구 가까이 앉았던 나에게는 불편한 일이었다. 원래 담배 냄새에 민감하지는 않은데 몇시간째 담배 냄새가 들어오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러 번 화장실 통풍장치를 개선해 달라고 올렸었는데 화장실이 원래 금연구역이기 때문에 담배 냄새 때문에 통풍장치를 보강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말이 안되는 답변이 왔다. 마침 그 때가 화장실에서 담배연기를 보고 양동이로 무자비하게 물을 들이붓는 CF가 나오던 시절이라 더 약이 올랐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신기한 것도 한 달 정도 지나서는 나 역시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공기업이라서 그런 것인지 우리 회사 분위기가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담배를 사무실에서 신나게 피우는 곳이 많을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식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자 선배들이 오히려 신기해했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것이었다. 다들 반응이, 담배를 사무실 안에서 피우지 않는데 벽이나 천장 같은 데서 담배연기 밴 냄새가 왜 나는 건지 물어볼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역시 이곳도 점차 흡연 장소가 밖으로 밀려 나간 것이었다. 처음에는 담배를 당연히 실내에서 피웠는데 어느 순간 재떨이를 치워버려서 종이컵을 사용하다가 아예 밖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내가 보아도 흡연에 불편함이 생기니 담배를 끊는 사람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실제 담배를 끊는데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금연 시도 자체가 늘어난 것이 중요해 보인다. 당사자 개인적으로는 이틀이든 사흘이든 담배 연기가 폐로 들어가지 않는 기간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술자리에서는 담배를 피우더라도 많이 허용은 해 주었다. 무엇보다 금연석이라고 되어 있더라도 근처에 가족 손님이 없다면 고깃집인 경우는 후드가 있기 때문인지 재떨이를 주고는 했다. 법 자체가 바뀌면서 건물 내부가 금연 구역으로 자동 지정이 되고 나서는 그런 일을 보지 못했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들 창의력, 창의력 하던 시절인데 굴뚝의 새로운 발견이라고나 할까.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그렇다고 간접 흡연에 대해서도 그다지 반감은 없다. 실제 담배를 피우는 사람 폐에 싸그리 우겨넣듯이 들어간 연기에서도 흡수되지 않은게 공기에 어느 정도 희석돼서 들어가서 더 흡수가 잘되리라는 보장이 어디있는가 하는 것에는 해답을 얻지 못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 옆에서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다 보면 담배 연기를 통째로 집어 넣으면 그 물질보다 더 흡수 잘되는 물질들이 경쟁에 승리해서 폐포를 다 차지하고 결국 더 위험하지만 흡수율 낮은 것이 쫓겨나는데 간접흡연 때에는 경쟁자가 없으니 더 위험하지만 흡수율 낮은 것이 더 흡수가 잘되지 않을까 하는 반론도 나오곤 했다. 나는 흡연이 당연히 더 위험하리라 하는 이야기이고 흡연자는 자기가 들이마시는 연기가 간접흡연으로 들이마시는 연기보다는 안전하리라는 이야기이다. 

    어떤 말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옆에 붙어 있다 보면 스트레스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과정에서 확실히 사람이 많이 부드러워진다. 다시 집중할 여유가 생겨서인지 그렇게 몇 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더 잘 통하는 사이가 되기 쉽다. 그래서 나는 또 한가지 가설을 더 세워본다. 담배라는 것이 반드시 화학 물질의 도움이 필요해서 중독 때문에 피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맘놓고 한숨 푹푹 쉴 곳이 없어서, 다른 사람 앞에서 눈치보지 않고 한숨 쉴 핑계가 필요한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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