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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의 흐름
    일하는 이야기 2019. 1. 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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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 전 후배가 하나 들어왔다. 그 전에도 몇 번씩 후배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들을 보아왔지만 하나같이 특별히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한 명이 눈에 띄었다. 같은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사무실에서 보면 뭔가가 달랐다.
    나는 기본적으로 뭔가 일이 있으면 최대한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해결을 하려고 한다. 그냥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면 재미가 없다. 해야 하는 일이라서가 아니라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하면 하다 보면 범위도 살짝 넘기도 하고 어쨌든 재미가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성격도 있어서 파워포인트라던가 엑셀 같은 것도 낑낑거리다 알게 된 것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보안 설정도 이상한 게 있으면 공유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조금씩 내가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선을 넘었나 본데 어느 순간 그 부서에서 사람이 바뀌더니 그 업무가 우리 부서 업무라고 인계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 고맙다고 했던 그 사람이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보고하면서 지난 번에 우리 부서에서 해결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업무 분장표가 엄연히 있는데도 그러다 보니 업무분장표도 없는 사각지대는 더욱 심각했다. 한 번은 우리가 뻔히 그 부서의 일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을 몇년도에 우리 부서에서 하라고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면서 빨리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업무분장표도 무시하고 담당자도 모르게 공문 한 장으로 업무를 넘겼다는 것이 황당하기는 했지만 공문이 있다니 쉽게 넘길 수는 없었다. 위에서는 그러면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확인해 보니 그 공문은 업무분장을 확실히 하자는 내용이었고, 그 부서에서 넘기려고 했던 그 업무는 그 부서의 업무라고 명확히 쓰여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업무분장대로 깔끔하게 해결이 되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되도록 같이 해결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보니 같이 해도 되는 일, 우리꺼 아니라고 선을 그어야 하는 일 등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분류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무슨 일만 생기면 우리 일이 아닌 이유부터 찾게 되는 것도 없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들어온 그 후배는 신입이라 그렇겠거니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같이 들어온 직원들에 비해서 뛰어다니면서 그래도 다른 부서와 함께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 오래 보였다.
    몇 년이 지나서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이야기를 해 보니 가장 힘든 일이 몇 번 도와주고 같이 했더니 업무를 넘기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는 선배들이 더 많은 회사다 보니 두리뭉실하게 넘기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회사 일은 회사가 돌아가게 하는 일이다. 나 편하고 싶다면 회사 일을 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쪽으로는 조금 안타깝다. 게다가 나처럼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도 스스로 보아도 회사에는그다지 좋을 것은 없어 보인다.
    업무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공을 넘겨야 한다. 어떤 일을 되게 만들었으면, 그것을 어떤 바탕에서 했는지를 보고 원래 담당 범위와 비교를 해서 어디까지는 본래 업무이고 어디부터는 순수하게 공을 세운 것이라고 해야지, 그것을 핑계로 업무를 넘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런 것이 습관이 되면 그게 그 부서의 습관이 된다. 그것도 요령이라고 후배들에게 전수를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성공하는 법은 힘들게 찾아도 무너지는 건 중력만 있으면 된다. 자기만 아는 세포가 암세포이다. 나 좋자고 성장과 균형을 막아버리는 것과 우리 부서 좋자고 일을 막는 것은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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