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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경영
    일하는 이야기 2019. 1. 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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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경영이라는 말은 굳이 한 회사의 예를 들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익숙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단어를 사용한 책도 많고 강연도 많고 블로그 포스트도 쏟아지지만 독서경영이라는 말뜻조차 정확하게 무엇을 뜻한다고 집어 말하기 힘들다. 그만큼 뜬구름 같은 소리일 수 있다는 뜻이다.
    처음에 독서경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치 유행처럼 지나가는 것인 줄 알았다. 독서를 하고 거기서 배운 것을 경영에 응용하는 것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사실, 한 회사에서 임원 몇 명이 책을 읽고 그것 때문에 방향이 바뀐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한때 깨진 유리창 법칙이니 뭐니 하면서 경쟁적으로 그런 종류의 자기계발서만 회의 때마다 올라오던 때가 있었다. 아마 한철이 아니라 한 10년 정도는 그렇게 갔던 것 같다.
    가장 처음에 들었던 것은 2003년도였다. 당시 윈-윈이라는 말이 나중에 쓰였던 상생만큼이나 갑자기 많이 쓰였었다. 한창 한자 발음을 집어넣어 억지로 만든 단어, 말도 안되는 약자 만들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때였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났다.
    지금도 그런 단어들이 언론에 나오면 종종 회의 시간에도 올라오고는 한다. 하지만 그때처럼 자랑삼아 꼭 쓸 필요도 없는데 억지로 갖다 붙이는 일은 없어졌다. 아예 솔직하게 이러이러한 단어가 또 나왔다는 식으로 소개만 하기도 한다.
    그렇게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바로 적용하려는것을 독서경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워낙 CEO들에게 독서경영을 해야 한다는 식의 기사를 많이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위에 말했듯이 유행에 민감한 것은 자기 분야에서 시장의 판세를 보는 것, 정세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독서 경영이라는 것이 독서를 통해 성장해 가면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 문화를 장려하는 경영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회사에서 책읽기를 권하고 성장을 독려하는 것이다. 사실, 개인의 성장이라면 반드시 독서만 해당될 리가 없다. 요즘 휴넷에서 하루에 한 권 책을 풀어주는 강의를 듣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책 한 권 한 권은 개인이 읽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 프로그래밍 공부 한 시간이 더 귀중할 수 있다. 이것을 거꾸로 바꾸면 영어 경영이라면서 영어 학원 다니는 것을 권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독서경영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독서 문화 정착이나 독서 권장 문화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 차원에서 독서 환경을 지원하는 것이지 독서 경영이라는 것은 경영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인증까지 있다고 하는 건 예전 MBC 프로그램 느낌표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여기다가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이름을 붙였나 했더니 2014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정책연구시스템(http://prism.go.kr)에서 게시한 자료(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독서경영을 하나의 경영 기법으로 보고 기업 문화 및 경영에 접묵시키기 시작한 것이 비교적 최근이어서 독서경영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공통된 정의가 없고, 주체자의 목적과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그 자료를 발간한 목적이라고까지 밝히고 있다. 이것이 2016년도 자료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까지도 실체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그래도 이때 뭔가 세워놓은 것이 있으면 참고할 수 있으려나 싶었다. 아예 '일터의 독서 문화 정착 노력'을 독서경영이라고 부르겠다는 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역시나, 처음 나오는 개념부터가 창조 경영이다. 그리고 이어서 문화예술경영, 인문경영, 지식경영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여기서 독서경영이라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독서 경영에 대해 '독서하는 기업문화 조성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독서문화를 권장'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좋은 말을 붙여 놓았다.
    그런데 독서를 하면서 주로 읽는 분야가 예술 분야이면 예술 경영으로 치우치고, 새로운 지식 전달이면 지식 경영으로 치우치고, 인문 서적을 많이 읽으면 인문 경영이 되는 것 아닌가?
    창조경제에서 보듯이 처음부터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고 그 정의를 표현하기 위해 단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먼저 만들어 놓고 뜻을 끼워 맞추려고 하면 결국 세금을 들여 이상한 짓을 하게 된다. 독서경영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 선정되는 것들을 보면 독서실 만들고, 책읽자는 캠페인 좀 하면 인증되는 것 같으니 말이다.
    교육과 현실의 괴리는 학창시절을 지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하물며 책 내용을 그대로 자신의 일에 접목하는 것은 그 책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서의 목적이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면 절대 불가능하다.  소설을 읽고 느낀 바가 있어 일하는 방식을 개인이 바꿀 수 있을 것인가, 건강에 대한 책을 읽고 건강이 염려되어 회식에 불참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인증을 위해 심사하는 인력도 인력이지만 독서경영이라는 말을 가지고 혹하게 만드는 실체 없는 책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책을 읽으라고 등을 떠밀어서 그나마 안읽던 책을 한두 권씩 읽게 되면 다행이지만, 남들은 안읽지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발굴해서 소개하고 읽게 만들 수 있을 만한 사람도 없을 뿐더러 효과라는 것이 자기계발서나 베스트셀러 외에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달에 너댓 권을 읽지만 이걸 보고 셀프 독서 경영이라던가 독서의 생활화 같은 말로 포장하지는 않는다.
    책을 안읽는 사람들이 책을 덜 읽어서 눈에 보이게 특별히 손해보는 것이 없듯이 책을 남들보다 더 읽는다고 해서 남보다 우월하다거나 뭔가 남들보다 더 배워갔다는 그런 느낌은 없다. 그저 뭔가 읽으며 살아왔으니 지금도 뭔가 읽으며 살아가는 것 뿐이다. 이것을 굳이 이름을 붙여가며 우쭈쭈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 안읽어서 곧장 손해보는 일은 없다. 그러나 직장이라는 곳은  책대로 곧이곧대로 하다가 손해볼 수는 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독서뿐만 아니라 다큐 등 새로운 입력을 접하는 모든 미디어에서도 똑같다.
    독서 경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사실 책읽는 어린이, 책 읽는 CEO, 독서 전문가 이런 말들도 역시 같다고 생각한다. 결국 개인이 필요를 느껴서 독서를 많이 하면 하는 거고, 권장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가 이상해동, 특이한 행동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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