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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과 현실
    생각에 잠기다 2019. 2. 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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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이제까지 겪었던 모든 일을 하나씩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한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특별히 더 생각하는 부분은 '기본'이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정의'라던가 '절대'라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고려 시대의 불교, 조선 시대의 유교도 그렇고 기독교의 역사를 보아도 '덮어놓고' 믿는다거나, 일단 모든 가설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 흔하게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이것은 역사적인 사실들을 참고해서 현재의 예법을 찾는다던 유교의 관점이나, 과거의 해석들을 모아놓은 책을 참고해서 현재의 사례에 참고한다는 성경, 탈무드에도 유효하지만, 멀리 찾을 것도 없이 공부법과 같은 것도 모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은 어쩌면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르다면,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고 그 언어의 논리를 가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인간만의 능력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사상이라고 부를 만한 추상적인 아이디어도 현실로 불러올 수 있는 것이 인간만의 능력이라면, 어떤 아이디어를 현실로 불러올 것인가 하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

    도덕도 좋고 윤리도 좋고 돈만 있으면 최고라는 생각도 좋다. 모두 사람들 머리속에 있는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모두 같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기반에서 어떠한 위치인가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정의, 윤리, 법 이런 것들이 깊은 곳에 있을수록 행동은 조금 더 그쪽에 가까워지게 된다. 마음이 흔들리거나 확신이 사라졌을 때, 그런 기반이 없는 행동들은 무너지겠지만 기반이 있는 행동들은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런 자리에 돈이 들어갔을 때도 결과적으로 행동은 달라지겠지만 사람의 머릿속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은 마찬가지가 된다.

    그런데 기반에 따라 올라갈 수 있는 건축물이 달라질 뿐이라면, 그 기반이 좋은 기반인지 나쁜 기반인지는 우리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어느 범위까지의 사람들 집단을 두고 판단을 해야 할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를 뿐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공직자들의 비리나 재단에서의 횡령같은 사건들을 보면 모자란 준법의식을 탓하고 지하철에서 양보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경로사상이 사라지는 것을 탓한다. 하지만 그런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은 단지 우선순위의 변화, 중심의 이동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돈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키면서까지 한탕을 노릴 수도 있고, 로또 구입에 올인할 수도 있다.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범죄를 일으킨 결과 때문에 돈을 우선으로 생각한 것이 지나쳐서 틀린 일이라 하는 것이고 로또 구입에 올인을 한것도 결과적으로 돈을 날렸을 때에야 미련한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범죄를 일으켰다고 해도 우연히 법망을 피해서 그다지 좋지 않은 결과를 보지 않거나 로또에 올인한 것이 하나가 1등에 당첨이 된다면 그때 가서는 별 소리가 없게 될 것이다. 

    유교 사상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양이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이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을 뿐, 어디에 좋은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이 공간에서 공동선을 위할 수 있는 것이 기준이라고 하면, 반드시 하나의 사상을 두고 그것만을 따라가는 것이 법칙일 수는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헤쳐 나간다고 해도 항상 공동선을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한다면 공동선에 있어서는 다른 사상 못지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쌓아온 지혜 역시 살면서 이런 생각도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정도에서 끝내기로 했다. 공부에 대한 옛글도 많이 있고, 책에 대해서도, 도덕에 대해서도 많이 있지만, 공동선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하면 되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법망에 어이없게 걸리지 않도록 기본적으로 법에 대한 것,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프로그래밍 같은 것 등 지식들이라고 생각한다. 지혜는 지식이 될 수 없다. 지혜가 지식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규칙을 가진 지식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지혜가 아니라 아집이 된다. 왼발부터 나가면 좋지 않다는 기록이 있다고 치자. 이것이 언제나 발을 디딛기 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었다면 이런 지혜를 배워야지, 어디서는 오른 발부터 내딛어야 한다는 지식이 되는 순간 그것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옭아매는 트집거리가 될 뿐이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는 사람들 머리에 있는 것이다. 인류의 머리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일하다고 동의했는지의 문제일 뿐, 하나의 생각이 여러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있는 것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있다는 환상이 들어서는 순간, 인생을 맡겨도 되겠다는 이상한 환상이 생기는 순간, 다음부터 방향을 바꾸기는 힘들어진다. 절대적인 것은 머릿속에 있는 것이고, 그것을 끄집어내는 것이 사람이지, 그것이 세상에 나와서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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