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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적인 스토리와 세계화
    사회.경제 2018. 10. 31.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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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실로 엄청난 시기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는 조짐이 보이면서 순식간에 세계 정치사의 전면으로 부상했고, 문화적으로도 K-POP이라는 것이 실로 우리들 눈높이에 맞춰진 것이 사실인데, 그것이 전세계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일종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다. 이제까지는 세계화라고 하면 선진국과 비교하며 어느 부분이 부족하다며 채찍질하고 쫓아가기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삼성이라는 세계적인 기업이 있기는 하지만 이 기업이 어떻게 선도하는 부분을 유지하느냐 하는 문제도 피상적으로만 여겼던 감이 없지는 않다. 자신감보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K-POP이 어느 정도 세계 진출을 고려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게 돈을 쏟아부은 것과 대조적으로 방탄소년단이 부상한 것은 어떻게 보면 성장과 고통에 대한 인식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다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부분에서 세상을 자극으로서 받아들이고 묵묵히 버텨내야 그 다음에 올 시간을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고, 이것은 어느 집단이나 크게 다를 수는 없다. 다르게 말하면, 어린 시절에 세상이 가르쳐 주는 것과 그 안에서 상상해온 것들이 실제로는 실제로 살아가야 하는 바로 그 세상에서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그 차이는 온전히 개개인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완벽한 사회가 없는 한 어느 사회나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화라는 것은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서 자랑스럽게 내보여야 한다는 그런 말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인간적으로 어떻게 자연스럽게 발전을 해왔는지를 솔직하게 펼쳐 놓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물놀이를 고도화, 체계화해서 수십명이 하는 플래쉬몹처럼 보여주는 것보다 거만하고 조용조용한 유교의 양반 문화에 저항하여 서민들이 '순수하게' 흥을 돋구는 음악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질투는 인간 본연의 것이고 이것을 좌절시키고자 하는 것도 인간 본연의 것이기 때문이다. 한식의 세계화처럼 돈들여서 보여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전통이라는 것은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이 인간적으로 뭔가에 적응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면, 무엇이 처음에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인간적으로 발전해서 현재의 형태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의 화려함 이면의 두려움이나 박탈감과 같은 인간 본연의 감정이 최초에 어떻게 그 형태를 만들어 냈고, 그 다음 어떻게 발전해서 현재가 되었는지, 즉 시간적으로 거슬러 올라간 상태에서 공감을 얻고 다시 현재 상태에서의 공감을 이어가는 형태가 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미 서양 문화는 역사적 사실들을 '주요 세계사'라는 항목으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이해가 쉽게 된다. 서양과 교류를 하기 위해서 우리가 서양 역사를 모두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 역시 그렇게까지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우열이 계속해서 유지되어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방식으로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었고, 그것이 나라가 사라지는, 국가로서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지 못했고, 식민지배를 받은지 100여년이 지난 현재 드디어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서양 사람들이 관심도 없는 동양의 구석에 있는 조그만 나라가 아니라, 서양인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역사 덕분에 지금까지 억압되고 정치적으로 퇴보하던 나라가 드디어 뒷걸음질을 멈추고자 한다는, 수동적인 역사를 끝낼 때가 다가왔다는 일종의 복수심과 함께 자부심을 가지고 설명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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