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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드라마 2011. 1. 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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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에게 13은 기분 좋은 숫자이다.
    예전에 들었던 13일의 금요일이라던지 하는 소리는 어차피 필자가 공포를 느끼기에는 너무 일찍 들어서인가 식상하다는 느낌까지 들고 오히려 Ocean's Thirteen의 강렬한 색상 대비와 통쾌하고 빠른 스토리전개가 떠오른다. 오션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나 책이라는 게 필자의 느낌에 맞춰서 만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허황된 꿈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13이라는 숫자가 들어간 제목의 영화나 책은 피해온 것이 사실이다. 공포영화를 좋아한다면 역으로 쫓아다녔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고 말이다.
    13층이라는 이 영화도 그래서 한동안 피해 다녔던 영화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제목만 가지고도 엄청난 오라의 쉴드를 쳤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이 영화가 1999년작이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이 영화가 SF 분야라는 사실을 그제 알았다. 그 전에 알았더라면 더 일찍 접했을 거라는 생각을 내리 해보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가상 현실이 있고 사람들은 그 가상 현실의 인물을 택하여 살아가 볼 수 있다. 그게 시뮬레이션 게임의 전부이다. 하지만 그 가상 현실의 사람들은 그 안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실제 사람들과 같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여기서 몇 가지 오버랩된 아이디어들이 있다.
    첫째는 매트릭스에서 사람들을 계속 갈아 타며 네오를 쫓아다닌 스미스와 요원들. 이 영화에서 한명 한명 선택해서 대신 살아보는 그 과정이 매트릭스에서는 그 시뮬레이터 자체를 지배하는 컴퓨터에 의해 자동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으로만 존재하는 사람. 그 사람들은 그 세계 밖에 기계가 기르는 몸을 가지고 있지만 정신으로만, 그것도 주변의 만들어진 모습을 바탕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가 한순간이라도 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둘째는 아바타에서 영혼을 빈 개체에 불어넣어 살아가는 부분. 기계 모양부터 모두 비슷하기는 하지만 한가지 차이점은 아바타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안에서 정신으로 조작하는 조이스틱에서 벗어나 현실에서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 그건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가능성으로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어 보인다.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있는데, 시뮬레이션 안에서는 그 사람의 탈을 쓰고 하고 싶은 일은 모두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보고 싶었던 만큼 살면서 그 사람을 망가뜨려 볼 수도 있다. 물론 살인도 마음껏 할 수 있다. 그 세계에서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인을 시킨 사람이 죽더라도 시뮬레이션 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게임이고 프로그램 코드일 뿐이다.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고, 이렇게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처벌만 가지고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행히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른다. 최소한 확신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선만 지키는 한, 즉 개발자가 수시로 쳐들어와서 이리저리 주무르고 이상한 현상을 미친듯이 만들어내지 않는 한은 최소한의 희망은 우리에게 항상 주어져 있다.

    셋째는 세상의 끝이라는 것인데,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자위해 보지만 문득 우리가 알아챌 수 있다면 그건 끝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뮬레이션 속의 인물들이 시뮬레이션을 깨닫는건 불가능하다는 것, 즉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영화에서처럼 2차원의 바닥이 더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빈 공간을 때우는 식으로 보여진다면 우리도 곧 허상을 깨달을 수 있겠지만 시뮬레이션이 3차원 공간에 만들어져 있는 만큼 성의없게도 지구는 지구대로 태양을 돌게 만들어 놓고 시뮬레이션의 끝을 알 수 있는 우주의 끝은 점점 팽창한다고 가정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꿈도 못꾸게 만들었다고 치면 깨닫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우주라는 것은 이미 인류에게 불가사의한 것으로 머릿속에 굳어져서 한쪽 끝으로 가서 다른쪽 끝으로 나온다던가 또 동그랗고 그 바깥에는 무엇도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저 그렇구나 하면서 그 안에서 잘 살아갈 것이다. 영화에서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사람들 자체를 호기심이 생길 수 없도록 프로그램했다는 가정이 있다면 몰라도, 너무 알아채기 쉽게 되어 있다. 
    모든 전자들이 반응을 하는 빛의 속도라는 것. 그것이 이 세상을 지탱하는 시뮬레이션의 회로에 흐르는 전류의 속도가 아닐까. 그리고 더 비극적인 결말을 만들어 보자면, 지구와 그 위의 생명체는 다른 존재들의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히 태양과의 거리가 조절되어 버그처럼 발생하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시뮬레이션을 하는 입장에서 지구인을 발견한다면 바이러스라도 침투한 것처럼 반응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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