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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스카이 캐슬
    영화드라마 2019. 2. 8. 06:30

    나는 솔직히 드라마를 시간 맞춰 보지는 않는 편이다. 그렇게 보는 것도 중간이 넘어가면서 화제가 된다거나 하는 정도이고 처음부터 그렇게 본 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정도이다. 물론 화제가 되고 나서 지속적으로 회자가 되는 작품들은 웬만하면 챙겨 보기는 했지만 실시간 반응을 보는 것과 드라마만 감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여서 웬만하면 처음부터 보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베토벤 바이러스'처럼 중간 정도 보면 그냥 자연스레 안보고 말게 되는 작품도 있었기에 처음부터 시청을 하는 것이 거의 도박 수준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당연하기도 하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처럼 마지막회에 가서 갑자기 TV에서 튀어나와 시청자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비웃는 듯한 공포스러운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한다. 

    스카이캐슬도 처음부터 보지는 않았다. 1월 말이 되어서야 첫편부터 챙겨보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수많은 스포일러들이 나돌았지만 등장인물 이름조차 모르는 상황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편을 방송한 날이 되어서야 12편을 넘어섰다. 그리고 마지막 편을 실제로 본 것은 설 명절 중이었는데, 이미 머릿속으로 당연히 결말이 이상할 거라고 생각하고 틀었을 만큼 수많은 스포일러에서 결말이 실망스러웠다는 말을 들은 이후였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혜나만 억울하게 죽었다, 청소년 드라마 만들었다,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본 스카이캐슬은 그래도 잘 만든 드라마였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같은 결말까지 각오하고 보아서인가, 결말은 그저 급하게 매듭을 지었을 뿐, 그 전의 스토리와 비교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단지, 19회와 나누어 결말이 진행되었더라면 조금 덜 어색했을텐데, 시청률을 의식해서인지 19회까지 결말을 전혀 보여주지 않으려고 스토리를 연장한 듯한 느낌이었다. 덕분에 결말은 2회분으로 '진행'이 되어야 할 것을 '설명'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대부분의 비판의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본 스카이캐슬은 이렇다.

    문제의식도 보통 교육에 관심이 조금만 있다면, '달라졌으면 좋겠지만, 이런 환경에서 좋은 소득을 거둔다면 그걸 또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학부모들의 상황을 잘 반영한 느낌이었다.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동감을 이끌어내는 데에서 그치고 스토리에 치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긴 했지만, 이것은 모두 '이수임'의 역할 때문에 든 생각인 듯 하다. 비현실적인 등장인물이 훈수만 계속해서 두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작가의 인식이라는 것도 조금 더 부드럽게 전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그 대사들도 오글거리는 게 실제 현실에 대한 해법이라기보다는 문제를 그냥 무시하고 피해가는 느낌이라 더욱 거부감이 심화되었던 듯 싶다. 그리고 그런 대사에 뭔가 중요하다고, 집중하라고 강요하는 듯한 낮게 깔리는 목소리... 하긴, 이건 내가 지적할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어쨌든 다들 드라마 안에서의 현실에서 바둥거리고 있는데 이게 드라마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한 느낌의 그 인물은 확실히 집중을 방해하긴 했다. 게다가 '곽미향'이라고 밝혀진 날, 선지 팔던 이야기를 내뱉는 순간에도 이수임은 조곤조곤하게 타이르듯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흥분했다고 그런 말을 차근차근 꺼낼 사람이라면 애초에 흥분 잘하고 다혈질이지만 말투만 신중해 보이는 걸로 오해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런 인물이 훈수라니...

    강준상과 한서진이 악역이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부분에서 '하얀거탑'과 비교하는 기사를 많이 보았는데, 이건 그저 주인공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바둥바둥하는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대한 충분한 묘사가 있으니 말이다. 이것은 '시크릿 가든'을 볼 때도 느꼈던 것인데, 그렇게 비현실적인 상황을 현실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때의 방황과 고민을 현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반응이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스카이캐슬의 경우 마지막에 갑자기 착해졌다며 이상하다는 반응이 있기는 했지만 그게 드라마 설정상으로는 몇 달의 기간이 지났음을 생각하면 그저 그 상황에 맞게 바둥거린 입장에서는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론일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편에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차라리 우주 가족이었다. 정말 외계인 가족인 듯, 감옥에서 그렇게 누명을 쓰고 고생을 일주일도 아니고 몇 달을 하고 나왔는데 그 상황에서 충분히 다독이지 않고 여행을 그냥 보낸 것도 그렇고, 자신을 찾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퇴를 해버리는 것도 그렇다. 내가 편협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생한 기간의 몇 배는 트라우마로 남지 않게 보살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가지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낫는다면 다행이지만, 안정적이라 믿었던 그 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과정이 있고 나서 여행을 떠나도 여행이 되는 거지, 언제 일상이 산산조각날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게 놔두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웃기게도 자퇴하는 이유가 언제 일상이 산산조각날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상의 연속성이 단절된 그대로 자퇴를 한 이상 학교는 우주에게는 그저 좋아하던 아이가 죽고 자기가 감옥에 갇히는 불행이 닥쳤던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남을 것이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는 학교라는 공간을 치가 떨리는 곳으로 떠들며 자식들에게 검정고시를 강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어서 특집 방송까지 보았는데 솔직히 나는 마지막회보다 특집 방송이 더 실망이었다. 마치 시청자를 우롱하는 듯한 구성이 돋보였다. 유행어라든가 패러디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방송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히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려는 성의에서 나온 것이 맞다. 하지만 그토록 마지막회에 시청률이 높았던 것은 그동안 사람들이 쌓아올린 음모론들이 어떻게 풀리는지에 대한 해법이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 마지막회 방송 전 배우들이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이라 재미있었다고 할 때 시청자들이 받아들였던 반전이라는 건 없었다. 그래서 적어도 그런 설명이라도 있으려나 했다. 하지만 더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장면들에 대한 많은 해석을 내놓았고 거기에 대해 해명을 한다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 해석들을 제대로 보기는 본 것인지 의문이 들 만큼, 사과와 잠자리에만 집착을 했다. 내가 스카이캐슬을 시청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누가 누구 딸이고 아기를 바꿔치기 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었다. 하지만 역시 마지막회에서도, 특집에서도 혜나는 그냥 집에 들어오려다 실패하고 죽은 것이었다. 여기서 그냥 끝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시청자가 추리한 '스토리'가 실제로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 직후에 '대신 실제로 의도한 것은 이것이다'라고 굳이 보여주는데, 스토리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내용이 스토리에 대한 것이 아닌 것은 아닌 것인데, 오히려 이런이런 연출에 신경썼다는 자화자찬 같은 것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간에 한서진과 김주영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손동작만 보여주길래 '손동작을 강조하자는 건 알겠는데 왜 앞에서는 그런 적이 없는데 지금와서 갑자기 손만 보여주냐, 이상하다'라고 생각한 부분을 '일부러 손만 찍었다'고 친절하게 생색을 내는 데에서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내가 보기에 마지막회는 결말 분량이 줄어서 그런 것이지, 스토리를 날린 건 아니다 싶다. 물론 김주영이 그런 시험지 유출 경력을 가지고도 다시 그렇게 코디로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이상하긴 했다. 어쨌든 스카이캐슬에 새로 이사온 치과의사와 매치되어 임팩트 있는 엔딩이 되었으니 우주보다는 낫다. 차라리 종영특집만 없었으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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