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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의 행복
    일상의 끄적임 2017. 5.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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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죽고 나면 저승으로 간다는 것을 믿지 않은 적이 없었다. 죽고 나면 영혼만 살아남아 육신을 버리고 심판을 받으러 간다는 생각 말이다. 심판의 결과에 따라 천국으로 갈 수도 있고 지옥에 갈 수도 있으니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어차피 살고 갈 거 이왕이면 천국에 가는 쪽에 걸겠다던 파스칼의 말도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성경에 쓰여 있는 말, 그것도 신약에서야 나오는 말이다. 오래된 구약에 써있는 말보다 더 오래된 것은 배를 타고 간다던 이집트 신화이다. 어느 것도 믿기는 힘들다. 믿기 힘든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믿기만 하는 건 쉽지만 거기에 인생을 걸기가 힘든 것이다.
    윤회는 어떤가? 윤회는 이 생을 살고 간 뒤 이 세상에 다른 생을 살러 다시 온다는 개념인데 혹시 생을 다시 살아볼 기회를 가지고 싶다면 이만큼 좋은 세상이 또 있을까 싶지만 어설프게 좋은 환경에서 돌아오기 위해 누군가에게 잘해준다는 건 업이라는 개념에서나 어떤 면에서나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실제 업이라는 개념으로 생이 돌아간다면 누군가를 다음 생에 힘들게 하기 위해 업을 잔뜩 씌워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이라 보기에는 너무 이상적이다.
    자연의 시스템이라는 건 모든 것이 얽혀서 우리가 생각하는 생태계나 우주나 사람이나 모두 포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업이라는 개념은 사람 사이에 쌓기 참 좋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감정에 크게 좌우된다. 그런데 자연에서 감정으로 뭐가 되는 것은 스스로 활기차거나 스스로 우울해지고 이로 인해 몸에 받는 영향이 전부다. 이것이 어떤 원칙에 따라 뭔가 자연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각자의 의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어떤 비물질적인 세계가 또 있다는 뜻인데 이렇게 가다가는 어떤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살지마저 다 정해지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우주와 시간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의도를 측정하고 그 의도가 행동에 미친 정도를 정확히 산정한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의도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회가 있다면 사람이 주고받는 그런 업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뺑뺑이 돌려야 한다. 그래서 영혼은 그 자체로 존재일 뿐 지능이 없고 우연히 사람의 뇌를 점유하여 지능이 있을 뿐이어야 한다. 영혼은 생명의 다른 측면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윤회는 또다른 점에서 사람이 만들어 낸 체계이다. 천국과 지옥과 심지어 신마저 겪는 수난을 시스템이라 해서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비난은 어떤 체계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은 최고선이다.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선택이나 도구가 될 수 없고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어차피 같이 살아야 하는 것, 굳이 일부를 위해 다수가 희생할 필요 없고 최대한 많이 행복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 생을 위해서도, 천국에 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사람이라는 게 행복할 때가 좋고 다른 사람이 행복한 모습을 볼 때 좋기 때문이다. 우월감이 드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역시 행복을 빼앗길 두려움이 너무 심해서 그 두려움을 줄이고 오히려 다른사람들에게 그 두려움을 주고 싶어하는 것이므로 그런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각자는 각자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음 생이 있을지 없을지조차 윤회설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여러 가지 이론들 덕에 확신이 들지 않는 판에, 그리고 천국과 지옥조차 얼마나 머무르고 그 뒤에 어찌될지 모르는 판에 지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앞으로 길게는 80년, 짧으면 60년을 바라본다. 사고사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기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는데 나는 짧다고 본다. 힘든 시기도 아무리 길다고 생각해도 결국은 짧을 것이다. 80세까지 사는데 79년을 힘들게 산다 한들 내가 아는 역사는 오천 년이므로 후손들이 보기에는 그보다 오래 되었을텐데 그 중 79년을 세상을 살아본 것이니 어찌 길겠는가. 단지 상대적으로 보자니 그런 것이다.
    자연에 힘들지 아니한 것이 없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나 모든 생명이 간신히 살아간다. 조금만 조심하지 않아도 불에 타 죽고 잡아 먹히고 지진에 깔려 죽고 여기저기 치여 죽는다. 평생을 그런 동물이 태반이고 사람이 태반이다. 그나마 밤잠은 편안하게 잘 수 있으니 다행인 셈이다. 그러니 80사루중 79살을 힘들게 살았다 한들 1년만이라도 진정한 행복을 맛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생은 만약 있다면 있는 그대로 맞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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