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북카페에서 책을 종종 빌려 읽는 편이다. 내 돈 주고 사 읽기 아까운 책을 빌려 보는 그런 건 아니다. 내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은 시간 들여 읽기도 아깝다. 책은 사는 데도 내 시간을 들여 번 돈이 들지만 읽는 것 자체도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북카페에서 빌려 읽는 책은 차라리 '읽어 보는 것'에 가깝다. 끝까지 읽어도 좋을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다시 꽂아 두지만 그래도 간간이나마 배울 만한 것이 있겠다 싶으면 가지고 온다.
어제는 김미경 씨의 '언니의 독설'이라는 책을 빌려왔다. 한때 독설이라는 말이 온 인터넷을 도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도 블로그 포스팅을 하나 한 적이 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는 독설에 반대한다. 독설이랍시고 하는 충고들을 보면 비꼬는 말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팩폭이라고 하는 것도 조금 더 비약하고 과장하기 마련이어서, 더도 덜도 아닌 그냥 상처주는 말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술자리 충고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고, 방송에서 나온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당시에 내가 했던 생각 역시 그런 독설이라는 것 자체가 과연 트렌드가 될 수가 있느냐, 진짜 독설이라면 문제가 되는 것을 콕 집어서 왜 이걸 그냥 놔두냐고 따질 수있어야 하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그런 것이 가능하냐, 결국 싸잡아서 욕하는 데에 그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제 오늘 이 책을 읽어보니, 적어도 이 책 자체의 내용도, 이 책을 읽고 찾아본 몇 개의 유튜브 클립을 보아도 독설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직설적으로 파고드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함부로 말한다거나, 비꼰다거나, 상처를 자극하려고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직설적인 부분이라고 하는 곳도 사실 직설적인 게 아니라 솔직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빌려 읽고서 구입하게 되는 몇 안되는 책에 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니의 독설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여자들을 위해 썼다는 것도 맞지만 남자라고 해서 모두 목표가 명확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는 똑같은 입장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수만 번 고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게 더욱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여전히 독설이라는 제목은 저자의 개인 브랜드 때문에 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 읽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너무 성실하고 솔직해서 나 혼자만 들었으면 하는 충고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