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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자투리시간 활용법은 없다.사회.경제 2015. 4. 19. 09:40반응형
[라테의 Desktop에서 작성]
중고등학교 시절, 수많이 들어왔고 그래서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록으로 활용법에 대한 조언도 쏟아졌었습니다. 버스에서 단어를 외운다던지 여기저기에 외울 단어를 카드로 만들어 비치해 둔다던지 하는 것들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좋은 성적만 목표였고 어떻게든 모든 시간을 끌어 들여 그 시절의 끝, 대입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최종 종착점이었을 때였습니다. 말 그대로 '3년만 죽었다고 생각하고 반짝 하면 되'는 때라고 생각했건 거지요.
그런데 요즘도 아니고 훨씬 전부터 직장인의 공부 얘기가 나오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자기 계발을 하라고 합니다. 저는 그 출처가 주로 일본에서 나와 번역된 얇고 비싸면서 별 내용 없이 흔히 동의할 만한 내용으로만 채운 자기계발 유사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경로의 책을 읽지 않더라도 그런 책의 영향은 받은 책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침형 인간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은 사람마다 패턴이 다를 수 있다는 소리에 잠잠해진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저 자투리 시간에 대한 신화는 반박하면 자기 계발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건재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계발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취미 개발로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자기계발을 한다면서 블로그 포스팅을 하거나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책을 읽거나, 낚시법 같은 책을 놓고 공부하고 있으면 "논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입니다. 즉, 자기 계발은 승진에 도움이 되거나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해야 말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기계발은 말이 좋아서 개개인에게 인생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제공하는 능력 계발이지, 실제로는 같은 월급 받고 일 더 잘하는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는 분야면 그냥 노는 거라는 뜻입니다. 업무의 연장입니다. 일할 때 사용할 영어면 영어로 된 매뉴얼을 자주 읽어서 배양할 것리고 일할 때 사용할 엑셀이라면 업무 중 하나 하나 배워가면 될 것을 굳이 업무 중엔 일하고 업무 시간이 아닐때 다시 배워 오라는 것인데, 요즘 말하는 자기 계발은 그런 것들까지 자투리 시간을 투입해서 하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렇다면 자투리 시간은 어떻게 사용하길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하는 '자투리 시간 활용법' 같은 것을 권하는 걸까요? 제가 보아도 직장인의 자투리 시간 활용은 미진합니다.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에서 성토하다시피 하는 중년 이상은 더욱 심각합니다. 차에서도 멍하게 있거나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합니다. 골프나 그밖의 축구 경기는 중계방송을 넋놓고 봅니다. 회식을 하면 그날 저녁 시간은 모두 날아간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틈새 공략으로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학창 시절, 3년만 바라보고 어떻게든 1점이라도 올려보려고 할 때를 물도 안마시고 뛰는 100미터 질주 경기라고 하면, 직장인에게 그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100미터 질주할 때 그대로 마라톤을 뛰라는 것과 같습니다. 물도 마시지 말고 종점이 보일 때까지 전력질주하라는 소리죠. 4킬로가 넘는 거리를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멍하게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자투리 시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회사 생활의 일상을 버텨내기 힘들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자투리 시간까지 짜내어 업무의 연속인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업무 중 스트레스를 준 일들을 상기시키는 그런 생각을 하루 종일 하고 산다면 건강이 남아날 리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1년이면 1년, 그렇게 끝이 보이는 공부라면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목표를 정하면 되는 외국어는 그래서 인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외국어 역시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업무의 연장에 불과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요는, 건강을 챙겨줄 게 아니면 그러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버텨내는 직장인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보아 자기계발서마다 버린다고 하는 그 자투리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일지 모릅니다. 더욱이 그런 책들마다 한다는 소리가 "이 책의 원고 역시 달리는 기차에서(버스에서, 전철에서, 혹은 걷다가 구상해서) 썼다"는 것인데, 일면 글쓴이의 경험을 반영했기 때문에 혹할 수도 있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원고를 쓰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가 매일 생존의 위협을 받는 직장인의 스트레스와 같은지 묻고 싶습니다.
자기계발서는 한순간이라도 인생의 교과서로 사용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말로써 남의 인생을 떠미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라고 그렇게 쉽게 쓰면 안됩니다. 자신이 그 상황에 가서 할 수 있을지 상상만 해 보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글쓰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생활이 매일매일이라고, 그리고 눈치를 보아 신경써야 할 다른 것들도 많다고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쓴다고 하면, 저는 "자기계발서 '작가'가 천직이군요, 다른 직업 가졌으면 바로 망했을텐데"라고 말하겠습니다.반응형'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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