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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버노트
    글쓰기 2018. 9. 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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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나도 에버노트의 열렬한 팬이었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나서 처음으로 '동기화'라는 것의 무서움을 체감했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에서 글을 쓰면 컴퓨터에서도 그대로 이어서 작업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때였고 나에게는 그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저장을 하고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었기 때문이었다. 블로그에 올릴 글들의 습작부터 시작해서 각종 메모들까지 글자라는 것을 저장하는 것은 무조건 에버노트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과금 시스템도 신선했다. 매월 정해진 용량이 있어서 그 이내에서 사용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월 정해진 용량은 말 그대로 달이 바뀌면 다시 계산이 되기 때문에 '글자만 사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생긴 것은 1년여쯤 지났을 때였나, 에버노트에서 파생된 각종 서비스들이 생겨나면서부터였다. 명함 저장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서비스들이 생겨났는데, 써보면 편리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문제는 그런 서비스들은 그림 기반이라 어쩔 수 없이 용량이 매월 정해진 것을 초과하게 마련인 것이었다. 그래서 편리하기는 하지만 아예 사용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편리하다는 것이 온라인에 올리기에 편리한 것이지 모두 온라인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좋다, 나쁘다를 따질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에버노트를 스마트폰을 바꿀 때마다 꼬박꼬박 다시 설치한다. 한창 사용할 때 저장해 둔 비밀번호나 회사에서 필요한 노하우, 간단한 레시피 같은 것들을 읽는 데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사용을 그만두게 된 그 시점에 동시에 로그인 가능한 기기의 수를 제한하는 바람에 그 다음부터는 새로 로그인을 할 때마다 모두 동기화 해제를 시켜 버리고 스마트폰만 등록을 해 놓는다. 기록할 일이 없으면 컴퓨터로 접속할 일도 없으니까. 지금은 그동안 열심히 이야기해 온 dynalist를 사용한다. 언젠가 여기에 대해서도 자세히 쓸 수 있겠지만 역시 기기를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런 점에서는 브런치 앱도 빠지지 않는다. 티스토리와 달리 저장해 둔 글을 작성한 기기와 관계 없이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긴 글, 특히 블로그 포스트 습작 같은 경우는 브런치 앱을 사용한다. 작성을 하다가 집에 오면 컴퓨터로 계속 이어서 쓰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만 글을 완성할 때도 많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고 나서도 아이폰3Gs 시절까지는 어려운 일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이 어느 정도 커지고 나서야 엄지가 아니라 독수리 타법으로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아마도 이렇게 '글자의 수요'가 많아질 때쯤 기기 제한이 생긴 것도 에버노트의 사용이 부담스럽게 된 한 가지 이유였을지 모른다. 당시 함께 사용하던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노트였는데, 한동안 에버노트와 혼용을 했었다. 하지만 아이폰에서 한글이 자꾸 깨지는 현상이 나타나서 결국은 손을 뗐다. 용량도 용량이지만 당장 '한바탕 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지우고 다시 쓰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글을 쓸 여건이 하드웨어로는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로는 온라인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어느 정도는 갖추어졌다고 생각했었다. 2000년대 초반, 대학교에는 브라운관 모니터로 가득한 컴퓨터실이 있어서 레포트를 작성하고 출력하는 것이 가능했다. 컴퓨터실을 떠나면 학교 근처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위치한 TTL Zone이라는 곳에 가서 통신사(SK) 회원증을 보여주고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출력을 하곤 했다. 하지만 타자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거나, 컴퓨터를 사용하더라도 무조건 인쇄를 해야 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이제는 온라인으로 문서 파일을 제출하거나 심지어 공적인 문서조차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정도만 되어도 컴퓨터가 없는 곳은 없으니 충분하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스마트폰으로도 온라인으로 게시할 글은 그 자리에서 작성 가능하고 간단한 것은 그 자리에서 PDF 파일로 만들어 배포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정도면 웬만큼은 갖추어졌다고, 아무데서나 글을 작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5년 전에 역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나를 되돌아볼 때, 앞으로 또 뭐가 좋아질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좋아지겠지. 그래서 생각한다. 뭐가 되었든 계속 써야겠다고. 인류사의 발전의 한 가운데 있는 내가 그걸 한 분야에서라도 다 누려 보아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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