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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2018. 9. 2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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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솔직한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는가 하고 물어보면 아무도 읽지 않는 블로그이지만 거기에 올릴 글을 쓴다고 대답을 한다. 정말 얼마나 읽을지 모르는 블로그 외에도 할 일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신경이 쓰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경이 쓰이지만 그 즐거움이 더 커서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취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이런 것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취미처럼 술을 마시는 사람인 경우가 많아서 취미가 축구나 골프인 사람들보다는 쉽게 수긍을 한다. 음주를 취미라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이 보기에 술자리도 잘 갖지 않는 것이 신기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은 든다. 

    글을 쓴다는 것은 꼭 직업이 작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지난 몇 년 간 블로그에서 푸석푸석하다 찐득찐득하는 느낌을 번갈아가며 느끼면서 잘 알게 되었다. 한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도 느꼈고 가끔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하면 들어오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그렇게 쓸 글감은 어디서 가져오는가?’

    이 말은 솔직하게 문장으로만 보면 글을 쓸 주제를 어떻게 정하는가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사실, 글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게 하는 글감들이 어디서 계속 생겨나는 것인가 하는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다. 나 역시 블로그를 하다 말다를 반복할 때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던지곤 했는데, 이것은 이런 경우 흔히 들리는 이야기처럼 글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극복하게 되었거나 한 게 아니라 내 영어공부 과정과 비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게 되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지나갔냐 하면, 그런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을 정도이다. 이건 정말 극복이 아니라 흘려 보내 버린 그런 생각이었다.

    영어회화의 왕도는 바로 말하기라고 한다. 당연히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고 영어회화는 말하기를 직접 가르치는 것이니 말을 배웠으면 써 보아야 머릿속에 남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말을 배울 때도 조금 배웠다 싶으면 바로 어른들에게 사용해 보고 교정을 받는 과정을 계속해 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입으로 뱉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모든 말에 대해서 어른들이 신기해하고 기특해하는 피드백을 받는 것까지가 그 말을 배운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영어회화는 실전에서 사용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전에서 쓸 수 있게 혼잣말로 계속 반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전에서 말이 막히면 피드백도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서 바로 실전에서 안 된다면 피드백까지의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 학원에 등록할 수도 있고 전화영어 프로그램도 있다. 여기서 배웠던 문장 구조를 가지고 천천히 자기 문장을 만들어 가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냥 말을 입에 붙이는 과정은 여러번 하기만 하면 된다. 이건 시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연습을 한다는 것은 그런 단순반복이 아니라 남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 외운 것만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주어 자리나 동사 자리에 들어갈 것들을 바꾸어 가면서, 관용어를 연습한다면 주어와 부사를 바꾸어가면서 문장을 만드는 순발력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혼자하는 연습까지는 했다. 연습할 목표가 있어서였던 것 같다. 이런 건 지금도 혼자 걸어가면서 가끔 한다. 

    학원에 가면 학원의 진도 목표가 있다. 여기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재미있게 잘 했다. 그런데 가끔 회사에 외국인들이 손님으로 오면, 어차피 윗사람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분야를 보러 온 것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이 백지 위에 뭔가 그리기 시작할 때의 긴장감이다. 목표가 주어지고 말고의 차이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영어를 매일 쓰는 것도 아닌데다 나도 영어를 잘한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했다. 상대방도 영어가 모국어인 국가 출신이 아닌 경우가 많아 영어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부족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어를 사용하는 평소에도 그렇게 수다스러운 편이 아닌 것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들 중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날씨 얘기나 시사 이야기, 회사의 이슈 같은 것들을 잘 끌어다가 대화거리로 만들곤 한다. 내가 보기에 이런 사람들은 영어로도 말을 잘 할 것이다. 그것은 영어라는 언어 지식이 아니라 머릿속에 어색한 분위기가 더 싫다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내가 말을 꺼내서 더 어색한 것보다는 지금의 어색한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는 없다. 물론 그렇게 이야깃거리를 잔뜩 싸들고 오지만 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언제나 판에 박힌 대화만 해대는 통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5분 뒤까지 모두 내다보이는데 맞장구를 치는 일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평소에 말이 많지 않은 나도 입을 열면 똑같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대놓고 그렇게 말을 하지는 않는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대화할 거리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계속 글을 쓸 거리가 생기느냐는 것은 내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대화할 거리를 쉬지 않고 생각해 내느냐 하고 묻는 것처럼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그리고 거꾸로 나 역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이해하는 바가 있다. 그 사람들도 연습을 통해 그렇게 되었는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적응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상태만 놓고 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말을 시작하는 거지 어색한게 싫어서 입으로 말할 거리를 억지로 지어 내어 밀어 내는 그런 건 아닐거다 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며칠동안 포스팅이 없다가 오랜만에 발행을 할 때의 어색함이 싫어서 글을 계속 썼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쉬지 않기 위해 억지로 쓰다보면 점점 글이 짧아지고 내용이 없어진다. 비슷한 글이 반복이 되고 이른바 영혼 없는 글이 생겨난다. 

    지금은 영어를 혼자 중얼거리면서 연습을 하듯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짧은 글이라도 모두 끄적거린다. 스티븐 킹의 경우 그냥 한 번 써 봤다는 글이 한 편에 열 몇 페이지씩 되었지만 나는 그 정도가 아니라 길어야 포스트잇 한두 장이다. 하지만 이것들을 한 달, 두 달 뒤에 보면 거기서 싹이 나고 글 한 편이라 부를 수는 있을 정도로 자라난다. 그리고 그것을 옮겨 적으면 포스팅이 되는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생겼던 안 좋은 버릇을 이제야 버린 느낌이다. 항상 글쓰기 시간이 되면 글감을 던져주거나, 글감을 정하라거나 했는데, 어른이 되어서야 한낱 블로그라도 글감은 남이 던져 주는 것도 아니고, 편집기를 열어 놓고 그제서야 뭔가 떠올리려고 노력해서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어떤 때는 뉴스 한 줄에 글 한 편이 나올 때도 있고 대화하다 상대방의 촌철살인 한 줄에 메모가 수두룩하게 쌓이기도 한다. 글감을 글감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대신 각각의 글감들을 모두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모두 받아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 골라 써야지, ‘글감 발굴하는 힘든 일’을 반복하려고 하면 말 그대로 글쓰기가 힘든 일이 되어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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